유일하게 남아있는 백제시대 사찰, 수덕사
# 프롤로그
"아, 예산시장! 백**이 기획하고, 인테리어 하고, 음식 조리방법 컨설팅해서 대박 났다는 먹거리 시장, 오늘 한번 가보시죠"
토요일 아침 일찍 어머니와 함께 무료했던 지난 2주간의 정적을 깨기 위해 집사람은 집에 두고 충남 예산으로 향합니다. 요리연구가 백**님이 기획했다는 예산시장의 변화된 모습과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목적지로 잡았습니다. 또한 시골장터의 정겨움을 체험하기도 할 겸, 지역특산물이 있으면 구매도 할 겸 여러 가지 이유들을 갖다 붙여 가게 되었습니다.
'예산' 지역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봅니다.
[예산이란 일정기간의 국가경비 및 수입의 예정적 계획이다. 국가활동은 원칙적으로 사경제(私經濟)에서 볼 수 ~~ 위키백과]
이런, 쓸데 있는 정보이긴 하지만 원하는 답이 아닙니다.
'그럼, 예산시청을 찾아볼까?'
검색결과, '예산군청'이 나옵니다.
'하~, 예산은 시도 아니고 군이었구나'
띄엄띄엄 배운 지리과목의 구멍이 보입니다.
발로 배우는 예산군
네비로 경로를 검색해 보니 92Km,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가 되고, 통행료는 약 2,300원이 예상됩니다. 일부 구간을 국도로 안내하다 보니 통행료가 얼마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청주, 대전까지는 출장을 다니면서 눈에 익숙한 도시이지만, 예산은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는 낯선 도시입니다. 시 인지 군 인지도 몰랐으며, 주변에 어떠한 문화유산이 있는지, 즐길거리가 무엇이 있는지 등 찾아보지도 못한 채 미흡한 정보만을 가지고 출발하게 되었으니 목적지는 '예산시장' 밖에 없었습니다.
예산 톨게이트를 20~25여 Km 남겨두고 '수덕사'라는 커다란 교통표지판이 보입니다. 관광지 표지판이 너무 커서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이따가 저기도 한번 가보자"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그러시죠"
대화가 단순합니다.
"♬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온 임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 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
갑자기 어머니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옵니다.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노래로 1966년 송춘희 가수에 의해 발표되었으며, 어머니 시대에 그래도 유명한 노래 중 하나였다고 하십니다. 노래가사가 다 떠오르지는 않으신지 중간중간 음만 넣으시면서 '수덕사'는 여승, '비구니'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수덕사에 비구니가 많은 게 아니고,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노래 때문에 비구니가 많을 것이다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작은 시장, 많은 사람들, 그리고 ...
10시 10분경 예산시장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편도 2차선 고속도로에서 몇몇 커다란 화물트럭이 또 다른 화물트럭을 추월하려고 90Km 간신히 넘겨 1차선으로 천천히 주행하다 보니 예상 도착시간보다는 20여분 늦기는 했지만 주차장에 여유롭게 주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음~ 1년이 지나간 시점에서 백** 선생님의 약발이 떨어졌구나'

TV에서 봤던 출입구는 넓고 뭔가 현대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단박에 깨뜨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비닐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키오스크가 나타나고 키오스크 사용방법에 대해 안내 자원봉사자분이 간단히 설명해 줍니다.
11시부터 테이블에 착석할 수 있다고 하여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는 '대기 번호표'를 하나 뽑아 듭니다.
'97번'
음, 내 앞으로 '96'개의 테이블 이용 예정자들이 있고, 2회전 정도 되면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나와계신 백** 선생님을 찍어봅니다 ㅎㅎ.
어떠한 음식들이 있는지 구경하려고 시장을 돌아다녀보니, 이미 몇몇 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허걱, 이게 웬일이야?
음식점 주인 분들은 11시에 맞춰 오픈을 하려고 가게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며, 음식점 밖에서는 휴대폰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그리고 줄 서있는 모습이 신기하듯이 쳐다보며 지나가는 저와 같은 사람들도 꽤 있었구요.
일단 한 바뀌 돌아봐야겠다 싶어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는데, 좋은 바깥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은 매우 춥습니다. 냉장고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어대는 시장 광장 뒤 골목에는 직접 키운 채소류를 바닥에 늘어놓고 판매하시는 할머님들이 있으셨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니 이 정도 추위는 이분들께서 감당하셔야 하는 건가?'
뭔가 불편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이동이 거의 없었다던 예산시장에 이만큼 많은 사람들을 오게 만든 백** 셰프의 야심 찬 프로젝트가 아니었으면 예산시장은 존재자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시장 내 잔치국수는 먹어줘야 합니다. TV에 나왔던 음식점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주문한 지 거의 20여분이 되어서야 나오긴 했지만, 시장골목 뒤 잔치국숫집도 꽤 좋은 맛을 내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 보니 인원이 갑자기 3~4배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유명 음식점 앞 긴 줄은 더 긴 줄을 이루었고, 이미 테이블을 배정받은 분들은 음식을 나르거나 애들을 앉혀놓고 음식을 먹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대기번호는 포기하고 '돈카츠볼'과 '반건조 오징어' 2개를 겨우 구매해서 나오는데, 주차장은 차량들로 꽉 들어차 있었고, 주변의 주차장들도 혼잡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약발이 떨어진 게 아니라, 약발이 제대로 듣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예산시장은 광화문 광장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훨씬 작은 규모이며, 시골마을 시장이 맞습니다, 그리고 대박을 맞았습니다.
사람이 많은 번잡함을 싫어하시는 어머니와 함께 들기름, 들깻가루, 보리차를 구매(음, 결코 저렴하지는 않은 듯합니다)하고 간판보고 가기로 한 '수덕사'로 향합니다.
그리고 수덕사로 가던중 예산에는 사과가 유명하다고 하여 과일 도매센터에 들러 사과를 구매하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1박스에 11개 정도 들었는데 7만 원을 얘기합니다 ㅠㅠ. 바로 빈손으로 나왔습니다.
관광지? 사찰?
예산시장에서 서쪽으로 23 Km 떨어져 있으며, 차로 30 여분이 소요되는 수덕사는 덕산도립공원 내 덕숭산 밑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수덕사로 가는 도중, 유명한 '덕산온천'을 지나갑니다.
수덕사 입구로 들어서니 주차 안내부스가 나타나고, 시간제한은 없되 2,000원의 주차료가 징수된다고 합니다. 주차부스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관광버스를 비롯하여 꽤 많은 차량들이 넓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사찰이 아닌 듯 싶습니다. 주변에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있었으며, 호객행위도 하고 있어 마치 시장길을 걸어가는 듯싶습니다.
뻥튀기를 몇몇 가게에서 무료로 나눠줍니다. 오란다도 나눠주며, 돼지감자를 포함한 여러 가지 뻥튀기류도 조그만 지퍼락 비닐봉지에 넣어 나눠줍니다. 부처님의 나눔을 실천하고 계시는 듯하여 저는 모두 받아 올라가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수덕사로 가는 길이 꽤 먼 듯 싶습니다. 실제로도 상당히 오래 걸어 들어갔습니다.

매표소가 있기는 하지만, 무료로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다녀오셨던 분들은 4,000원인가 입장료를 내셨던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 보니, 수덕사가 2023년 5월 4일부터 문화유산 관람료 지원사업에 포함되었고,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전통문양 '단청'을 좋아해서 항상 절에 가게 되면 단청과 불교문화 그림에 대한 사진을 촬영합니다. 이 사찰의 단청도 꽤 이쁘고 디자인이 매우 화려합니다.

백제시대에 지어진 사찰이라고 합니다. 삼국시대 때 지어진 사찰은 모두 소실되어 사찰터만 남아있다고 하는데, 수덕사만큼은 거의 원형 그대로 현재까지 남아있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백제와 신라 모두 불교문화에 대한 자웅을 겨루던 시대에 있었으므로 신라의 불교문화를 연구하는데도 큰 힘이 될 거라 생각되는데, 저만의 생각이겠죠? ㅎㅎ.


















대웅전은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멀리서 촬영을 했습니다.

대웅전의 기와 안쪽에는 다른 절에서는 모두 있는 화려한 단청무늬가 없습니다.



대웅전의 나무 기둥은 700년이 되었어도 썩어 문드러지지 않고 아직까지도 건장함을 나타내고 있으나, 700년의 세월은 나무의 결을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수덕사 불교 미술관에서 특별전을 한다고 하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시까지는 날씨가 그래도 다니기에는 괜찮았지만, 이후에는 찬바람도 불고 제법 쌀쌀한 날씨로 변해 사찰을 모두 보지 못하고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값비싼 점심, 한정식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주차장 근처 괜찮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솥밥한정식'을 주문하였습니다. 가격이 꽤 비싸긴 했지만 절대 실망시키지 않았던 고급재료와 맛, 양이었습니다. 특히 더덕구이는 더덕의 향이 가득했으며, 초석잠 장아찌는 맛도 좋았지만, 피부질환과 아토피 치료에 좋으며 기억력 감퇴, 치매,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두 번을 더 달라고 하여 먹게 되었습니다.

그 비싼 소고기 불고기를 남길 정도로 맛나고 푸짐하게 먹고 나가면서 계산을 하니 2,000원 주차권을 하나 주십니다 ㅎㅎ. 나와서 보니 모든 음식점들이 어떤 식사를 하든 주차권을 주고 있었습니다. 결국 주차는 무료로 했다는...
# 에필로그
가능하면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역사등은 언급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단지 해당 여행지에 대한 방문 스토리만 구성하여 알려드리고 나머지는 직접 다니면서 지식과 정보들을 얻는 게 좋을 듯하여 짧게 짧게 사진과 함께 설명만 하고 있습니다. 먹방도 대리만족을 위해서라고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데,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이 직접 먹어보는 게 백배, 천배 낫습니다. 사람마다 감정과 생각이 다르듯이 여행은 직접 다니시면서 경험해 보시는 것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듯 싶습니다.
이번 여행지 '수덕사'에 대한 재미난 창건설화가 있어 간단한 정보만을 을려드리겠다는 의지를 꺽고 내용을 발췌해 봤습니다.
[창건설화는 두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수덕도령과 덕숭낭자 이야기다.
수덕이라는 도령이 사냥갔다가 먼발치에서 덕숭낭자를 보고 상사병에 빠진다. 여러번 청혼하였으나 번번히 거절당한다. 끈질긴 청혼에 덕숭낭자는 자기집 근처에 절을 지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수덕도령은 욕심속에 절을 지었으나 완공 직전에 불이 나서 소실되었다. 절 짓기를 다시 했으나 같은 일이 반복이 되었다. 세번째는 탐욕을 내려놓고 부처님만 생각하며 절을 완공하였다. 그런데 약속대로 결혼은 하였으나 낭자는 도령의 손길을 거부하였다. 도령이 덕숭낭자를 강제로 끌어안는 순간 뇌성벽력이 일면서 낭자는 사라지고 버선 한쪽만 쥐어 있었다. 그 자리는 바위로 변하고 옆에는 하얀 버선꽃이 피어있었다. 낭자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그후 수덕사는 도령의 이름을 따고 덕숭산은 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 수덕사라 하였다는 전설이다.
두번째 설화는 대중창불사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백제시대에 창건되어 통일신라에 이르러서는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해야 할 정도로 절이 낡았다. 당시 스님들로서는 불사금 조달이 어려운 중에 묘령의 여인이 공양주를 자청하여 절에 찾아왔다. 그런데 미모가 뛰어나 많은 이가 찾아오게 되었고 대부호의 아들인 정혜라는 청년이 청혼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불사가 완성되면 청혼에 응하겠다하니 청년은 가산을 보태어 불사기간을 앞당겼다. 낙성식 후 하산을 재촉하자 잠시 시간을 달라며 여인이 방을 나가려하기에 그녀를 잡았는데 순간 옆에 있던 바위가 갈라지며 여인은 버선 한짝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로부터 봄이 되면 버선꽃이 피어나게 되었고 관세음보살의 현신이었던 그 여인의 이름을 따서 수덕사라 하였다 한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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