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시대의 유일한 충북 저수지, 의림지
# 프롤로그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강원도는 너무 멀고, 경상도와 전라도는 더 멀고, 서울을 포함한 북부 쪽은 북적대는 차량 때문에 고려대상에서 빠지고, 결국 충청도 권역을 찾아봅니다. 청주 '청남대', 예산 '예산시장', 충주 '충주호', 제천 '의림지' 등 후보지가 눈에 띄는데, 이중 가깝지만 먼 제천 '의림지'를 목적지로 최종 선정했습니다.
'탄소중립'을 제대로 실천하기에는 의지가 너무 약합니다. 오늘도 자가용을 이용하여 화석연료를 열심히 태워보도록 합니다. 2024년 2월, 제천으로 떠납니다.
늦은 출발, 짧은 역사 공부
아침에 어디로 갈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습니다. 진작에 어디로 갈지 빠른 결정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늦은 출발은 없었을 텐데, 도착하면 둘러볼 시간이 얼마 없을 텐데, 짧은 시간 내 비용을 너무 많이 지출하는 게 될 텐데... 여러 쓸데없는 걱정을 합니다. 걱정거리를 일부러 만드는 것도 재주인 것 같습니다.
10시 30분경 수원에서 출발하면 132 Km, 약 2시간이 소요되며, 통행료는 4,500원입니다. 음, 기름값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조금(많이?) 들어갑니다.
거의 2시간 정도가 소요되니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멀다라고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대중교통을 알아보니 2시간 33분이 소요되는데, 수원역에서 우만동 터미널로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제천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시내버스를 타고 의림지까지 가야 합니다. 고속버스는 하루 5회 운행하는데, 오전에만 9시 30분, 11시 40분 2회 운행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영동고속도로는 차가 많습니다. 모두 제천 의림지로 가는 차량은 아니겠죠? ㅎㅎ.
드디어 제천 시내로 들어섭니다. 제천에 들어서자마자 눈으로 보이는 특징은 높은 빌딩이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의 고층빌딩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빌딩사이로 겨우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을 여기서는 맘껏 볼 수 있습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점을 찾으니 "24시 **콩나물국밥" 집이 보입니다.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속을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7~8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건물 뒤 주차공간에 주차 후 건물 통로를 나와 식당으로 들어가니 넓은 식당이 반겨줍니다. 그리고 음식가격이 매우 착합니다. 국밥 한 그릇에 5,000원, 밥은 먹고 싶은 대로 갖다 먹으면 됩니다 ㅎㅎ. 밥을 좋아하는 저는 국밥에 들어있는 밥 외에 1 공기 반 정도를 더 갖다 먹었습니다.
아점으로 최고(?)의 식사를 마친 후 15분 거리의 '의림지'로 출발을 합니다.
'의림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제의 벽골제·밀양의 수산제(守山堤)와 함께 삼한시대의 3대 수리시설로, 당시 농업 기술 발달의 정도를 보여준다. 둘레는 약 1.8km, 수면은 약 158,677m², 수심은 8~11미터이다.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와 함께 역사가 오랜 저수지로, 세 곳의 저수지 중 현존하며 관개의 제기능을 수행하는 유일한 저수지이다. 삼국사기에 남아 있는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의림지는 우륵이 축조했다는 설과 현감 박의림이 축조했다는 설도 있으나, 삼한시대의 저수지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조선 세종 때와 세조 3년에 정인지가 둑방을 고치고, 1910년부터 5년간 다시 보수를 하였다. 1972년에는 홍수로 서쪽 둑방이 무너졌으나 고쳐 지었다. 1972년 둑방 붕괴 때의 조사에서 의림지 바닥에 큰 샘이 있는 것이 밝혀졌다. - 위키백과]
'삼한시대'의 삼한이라는 개념은 기원전 194년에 고조선에서 쫓겨난 준왕이 새로 자리 잡아 왕에 오른 한(韓), 혹은 소국 연맹체 진국(辰國)과 고대 한반도 중남부 일대에서 형성된 소국들의 연맹체인 마한, 진한, 변한과 함께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미 이 무렵부터 농업이 발달하였고, 농사를 짓기 위해 저수지를 만들어 사용했었다는 얘기입니다.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그럼, 인류의 농업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헉, 대륙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원전 9,50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자꾸 깊숙이 파헤치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지므로 여기까지만 알아봅니다.
넓은 저수지와 박물관, 소나무 숲, 산책데크 그리고 놀이동산
주차장이 여러 곳입니다. 저희는 의림지 입구에 있는 비포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지만, 의림지 안쪽으로도 꽤 넓은 아스팔트 주차공간이 있었습니다.
아직 겨울이긴 하지만 저수지의 얼음이 녹아있고, 그늘진 곳에서만 얼음이 살짝 얼어있습니다.
박물관 앞 광장이 꽤 넓습니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듯 하지만 정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궁금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의림지 내 '수리공원 물놀이장'이 별도로 있다고 합니다 ㅎㅎ.
놀이공원도 보입니다. 처음에는 놀이기구가 있는 것에 의아했었지만, 조금 후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의림지'는 놀거리가 없습니다. 여름에는 물놀이장이 있어 애들이 좋아할 수 있어도, 다른 계절에는 '저수지' 하나 보려고 애들이 오지 않으려 할 겁니다. 따라서 놀이기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놀이동산은 인천 월미도처럼 구역이 나뉘어 있고, 각 구역별로 놀이기구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전체적으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애들(초등학생 고학년 이하)이 놀기에는 좋을 듯싶습니다.
용추폭포를 볼 수 있는 유리전망대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장소는 꼭 가봐야 합니다.
아하, '울고넘는 박달재'가 여기를 얘기하는 것이군요. 여기도 경상도와 충청도의 지역감정이 있었나 봅니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지역감정과는 거리가 먼 다른 얘기가 나옵니다. 잠시 전설을 알아봅니다.
[박달재에 얽힌 전설
조선조 중엽 경상도의 젊은 선비 박달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도중 백운면 평동리에 이르렀다. 마침 해가 저물어 박달은 어떤 농가에 찾아 들어가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런데 이 집에는 금봉이라는 과년한 딸이 있었다. 사립문을 들어서는 박달과 눈길이 마주쳤다.
박달은 금봉의 청초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로 놀랐고, 금봉은 금봉대로 선비 박달의 의젓함에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그날 밤 삼경이 지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해 밖에 나가 서성이던 박달도 역시 잠을 못 이뤄 밖에 나온 금봉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선녀와 같아 박달은 스스로의 눈을 몇 번이고 의심하였다. 박달과 금봉은 금 새 가까워졌고 이튿날이면 곧 떠나려던 박달은 더 묵게 되었다. 밤마다 두 사람은 만났다. 그러면서 박달이 과거에 급제한 후에 함께 살기를 굳게 약속했다. 그리고 박달은 고갯길을 오르며 한양으로 떠났다. 금봉은 박달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사립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서울에 온 박달은 자나 깨나 금봉의 생각으로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금봉을 만나고 싶은 시만을 지었다.
난간을 스치는 봄바람은
이슬을 맺는데
구름을 보면 고운 옷이 보이고
꽃을 보면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만약 천등산 꼭대기서 보지 못하면
달 밝은 밤 평동으로 만나러 간다.
과장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였던 박달은 결국 낙방을 하고 말았다. 박달은 금봉을 볼 낯이 없어 평동에 가지 않았다. 금봉은 박달을 떠나보내고는 날마다 서낭당에서 박달의 장원급제를 빌었으나, 박달은 돌아오지 않았다.
금봉은 그래도 서낭에게 빌기를 그치지 않았다. 마침내 박달이 떠나간 고갯길을 박달을 부르며 오르내리던 금봉은 상사병으로 한을 품은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금봉의 장례를 치르고 난 사흘 후에 낙방거자 박달은 풀이 죽어 평동에 돌아와 고개 아래서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치며 목 놓아 울었다. 울다 얼핏 고갯길을 쳐다본 박달은 금봉이 고갯마루를 향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박달은 벌떡 일어나 금봉의 뒤를 쫓아 금봉의 이름을 부르며 뛰었다. 고갯마루에서 겨우 금봉을 잡을 수 있었다. 와락 금봉을 끌어안았으나 박달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렸다. 이런 일이 있는 뒤부터 사람들은 박달이 죽은 고개를 박달재라 부르게 되었다. - 제천시청]
이번 여행에서는 박달재를 못 가봤는데, 다음에 오게 되면 박달재를 꼭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2024년 9월 5일(목)부터 9월 10일(화), 6일간 제천체육관과 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고 합니다(https://jimff.org/).
오리배도 보입니다. 날이 풀리면 오리배 안에서 열심히 페달을 구르고 있는 청년들(?)이 보일 것 같습니다.
유리데크가 있는 '용추폭포'입니다. 사람이 꽤 많이 다녀갔나봅니다. 유리는 많이 긁혀있어 불투명한 상태로 되어 있었고, 폭포는... 높습니다.
수변데크를 돌다 내려오니 수리공원이 보입니다. 아~하, 여기가 물놀이를 하는 곳입니다. 2023년 7월 1일 개장을 하였으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의림지를 다 돌고 다음 여행 장소를 얘기하다 보니 제천에는 '청풍명월'이 있고, 그 옆에 케이블카도 있다고 합니다. 집사람이 젊었을 때 타보지 못한 케이블카를 꼭 타보고 싶다 합니다. 시계는 이미 4시를 향하고 있는데, 네비로 검색해 보니 자동차로 33Km, 40여분이 소요됩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빨리 이동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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