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석 제거용 기구로 콘크리트 가루 한 알 한 알을 세밀하게 벗겨 복원한 '미륵사지 석탑'
# 프롤로그
"빨리빨리~~"
기차 출발시간까지 20여분 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뭐 하다 늦었는지 정신없이 세수하고, 칫솔질 하고, 주섬주섬 옷 껴입고 후다닥 수원역으로 뛰어갑니다.

10시 11분 수원역에서 출발하여 12시 54분 익산역 도착, 편도 13,000원 기차표를 "코레일톡" 앱에서 끊고 수원역 플랫폼으로 내려가니 바로 무궁화호가 도착합니다. 다행입니다. 만일 기차를 놓쳤다면 시간을 변경해야 하는데, 무궁화호는 거의 1시간 후에 출발합니다. 다음열차로 가면 익산에 도착했을 때는 2시가 넘어가고 미륵사지에서의 일정이 빠듯할 것 같습니다. 물론 ITX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므로 굳이 무궁화호를 이용합니다.
2024년 2월, 오늘은 백제시대 소력지현(所力只縣, 질펀한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소 늪지), 익산으로 갑니다.

좌충우돌, 준비하지 않고 간 죄
#1. "코레일톡" 앱에서 창가 좌석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려 하였으나 창가 좌석이 없고 모두 통로 좌석만 있습니다. 흠~ 이러면 창 밖을 바라보기 어려운데... 시간이 별로 없어 일단 머리부터 감고 나와 다시 예약을 해 봅니다. 헉, 좌석 지정시간이 지났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자동으로 좌석을 배정받았는데, 창가 좌석입니다 ㅎㅎㅎ. 이렇게 좋을 수가 ~~
#2. 여행기를 쓰다보니 문법이 안 맞고 오타가 많이 발생되어 수정을 하고자 기차 좌석에 앉아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냅니다. 툭, 어! 뭐지? 바닥을 보니 마우스가 떨어졌고, 왕사탕보다 조금 더 큰 마우스의 파란색 트랙볼이 없습니다. 바닥을 뒤져봅니다. 없습니다. 헐~ 어떻게 하나, 혹시라도 객차 안에서 손님이 트랙볼을 밟아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을 하는데 저 뒤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외칩니다.
"이거 잃어버리신분 있으세요?"
"아 ~, 제거입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에 열차 뒤까지 트랙볼이 굴러갔던 겁니다. 그걸 굳이 아주머니께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돌아다니심에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의 인사를 마치자 다른 승객분들의 시선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3. 익산역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되며, 마지막역입니다. 익산역에 도착하기 30분전, 잠시 인터넷을 찾아봅니다.
'익산역 맛집'
짬뽕라면이 눈에 띕니다. 현지인 분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며, 익산역 앞 중앙시장내 약 1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대충 위치를 파악한 후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구경합니다. 어느덧 익산역에 도착하여 출구로 걸어나갔습니다. 그런데 나가는 출구가 동쪽과 서쪽 두 곳이 있습니다. 하~, 어디로 나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상가들이 많은 동쪽을 선택하였고, 조금 더 나가서 확인시 중앙시장방향이 맞았습니다. 조오타.
'금일 정기휴무'
흑~, 매주 화요일이 이 음식점의 정기휴무일입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음식점으로 가려 발길을 돌리려는데, 3m 정도 떨어진 분식집에서도 짬뽕라면을 팔고 있습니다. 얼른 들어가서 4,000원짜리 짬뽕라면 하나와 500원짜리 공깃밥을 주문하였고 잠시 후 오징어가 많이 들어간 짬뽕라면이 나왔습니다.
'허걱 ~ 맵다'
#4.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노선은 60-2번. 버스정류장을 찾아봅니다. 역 앞 직진거리로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60-2번 노선을 찾아봅니다. 헉, 노선이 없습니다. 앞, 뒤, 옆 모두 찾아봐도 60-2번 노선은 없습니다. 다시 인터넷을 찾아봅니다. 잘못된 것은 없는데... 마침 등 뒤로 버스가 지나가길래 살짝 뒤돌아보니 '미륵사지'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일단 그 버스는 보내고 다시 정확히 찾아봅니다. 그래도 안 보입니다. 다시 버스정류장에 부착되어 있는 버스 노선을 찾아봤는데 '미륵사지'로 가는 버스노선이 하나 보입니다. 방금 보낸 41번 버스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노선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시티투어'
'이거다!' 외치는 순간, 2시에 출발이라고 합니다. 불과 3분여 밖에는 안 남았습니다. 시티투어 정류장을 못 찾겠습니다. 익산역 앞에 있다던데,,, 아, 저기에 있네... 마음이 조급하여 근거리에 있는 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 시티투어 정류장으로 가 보았지만 이미 2시가 넘어 한숨을 내쉬는데, 시간표에는 2시 20분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역시 과거의 정보는 변경될 여지가 있지, 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표지판 사진을 촬영해 봅니다.

1일권, 2,000원. 대박입니다. 시내버스 왕복비용보다도 더 저렴합니다. 그리고 5분 후면 출발합니다. 그런데 표지판에 '주말 및 공휴일 운행'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혹시 주말에만 운영을 한다는 얘기인가?, 예, 맞습니다. 주말 및 공휴일에만 운행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녹색포털에서는 미륵사지까지 가는 다른 버스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41번 버스를 기다리지만, 녹색포털에서는 버스 이동정보가 없습니다. 버스가 도착하려면 9분이 남았다고 전자표지판에 나타납니다. 드디어 버스가 도착하여 50여분이 소요되는 버스여행을 시작합니다. 버스 안에서 잠시 생각합니다.
'햐~ 차를 안 가지고 다니면 사전에 알아봐야 할 게 정말 많구나, 버스정류장 찾는데도 10여 분이 소요되었고, 노선을 찾는데도 20분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결국 길바닥에서 버린 시간이 거의 40~50분 정도 되는구나. 정말, 정보가 부족하면 손발이 고생을 하는구나..'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미륵사지'
41번 노선버스는 익산역 중앙도로를 따라가다가 좌회전을 하여 남부시장을 지나쳐 가다가 또 좌회전을 하고 가다가 우회전을 하고.., 즉, 직선로가 아닌 모든 동네를 다 돌고 가는 것 같습니다. 20여분이 지난 시점부터는 한적한 외곽으로 달립니다. 그러다가 '황등면'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나라 3대 화강석 산지로 꼽히는 곳이며, '황등석'이라는 화강석을 채석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시간만 많았으면 내려서 구경하고 갔을 텐데, 지나쳐갑니다.
황등면을 지난 버스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립니다. 주변에 논, 밭만 있습니다. 불안하여 네비를 켜 봅니다. 조금 후 도착을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손님이었던 저를 '미륵사지' 버스정류장에 내려놓고 버스는 다음 정류장으로 출발합니다. 마치 서부영화 같습니다. 마차가 지나간 자리에 외로이 사막 한가운데를 홀로 서 있는 남자, 풋, 제 뒤에 '세***븐' 편의점이 있습니다.


익산역으로 되돌아갈 때를 생각하여 건너편 버스정류장을 촬영해 놓습니다. '함열'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바로 멀리 보이는 미륵사지로 걸어갑니다. 입장료, 주차료 모두 무료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미륵사지'
'미륵사'라는 절이 있었던 터라는 '미륵사지'는 백제 시대 왕위에 오른 서동이 왕비 선화와 함께 사자사에 가던 중 용화산 한 연목에서 미륵삼존이 나타나 선화비의 간청으로 연못을 메워 탑과 불전을 각각 세 곳에 세우고 미륵사라 하였다고 합니다.- 아래 안내문 참조

미륵사(彌勒寺)는 백제 무왕 때 왕비인 사택왕후의 발원으로 지어진 호국 사찰이다. 2009년 전라북도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해체 중 내부에서 발견된 금제사리봉안기에 따르면 639년에 미륵사를 창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 위키백과

2015년 7월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지역에 2곳(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 4곳(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2곳(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등 3개 지역 8곳이 세계 유산 등재 심사를 최종 통과하여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위키백과






이게 무슨 일인가? 1910년도에 일본의 조사단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미 석탑 서축은 거의 무너져 내렸고, 석탑 동축은 뼈대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후 서탑이 1915년 벼락에 맞아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에 일본은 보수공사를 한다며 무려 185t에 이르는 콘크리트를 서탑에 들이부었고, 콘크리트는 탄산칼슘 등의 성분으로 인해 백화현상과 풍화작용을 촉진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서탑이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 한겨레, 익산 미륵사지 석탑, 치욕의 역사를 끝내다. 2018-07-03












아직 미륵사지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발굴조사단원이 터에서 조심스레 흙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치석 제거용 기구로 콘크리트 가루 한 알 한 알을 세밀하게 벗겨 21년에 걸쳐 복원한 '미륵사지 석탑'
기사자료에 따르면(한겨레, 익산 미륵사지 석탑, 치욕의 역사를 끝내다. 2018-07-03) 1998년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해체 수리가 결정됐다고 합니다. 문화재청에서는 미륵사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원래의 9층이 아닌 1915년 당시 무너진 6층으로 복원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께 4m, 무게만 185t 인 콘크리트를 제거해야 하는데, 복원팀은 치과 치석 제거용 기구로 콘크리트 가루 한 알 한 알을 세밀하게 벗겨냈고, 그렇게 석탑 복원에 걸린 시간만 20년이었다고 합니다. 하, 우리 문화재를 지키지 못하고 관리를 제대로 못한 우리의 책임입니다.
결국 2018년, 20년 만에 석탑은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어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경주의 황룡사지 목탑이 있었다면, 익산에는 미륵사지 목탑이 있었습니다. 두 목탑은 현재 터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봉안기는 이 절이 639년에 건립했음을 알려주며, 645년에 황룡사 9층 목탑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신라와 백제가 경쟁적으로 목탑을 세움으로써 호국에 힘썼던 모양입니다.




짧은 '미륵사지'를 관람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복원은 되었지만 완벽히 복원이 안된 처참한 모습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여기서도 일본의 만행에 또다시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자연적으로 무너진 문화재를 그냥 둬도 될 것을 굳이 전문가도 아니면서 손을 대고 더 안 좋은 상태로 만들어놨다니, 여러모로 일본을 좋게 볼 수가 없습니다. 일본은 절 터에 대한 해석도 엉뚱하게 해 놓은 것들이 있다고 하지만 더 이상 언급은 안 하겠습니다.
미륵사지와 박물관을 견학한 시간이 약 1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까 봐 두었던 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41번 노선버스가 40분 뒤에 도착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익산역에서의 선례가 있다 보니 믿질 않습니다. 건너편 한적한 동네가 보여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봅니다. 정말 시골입니다. 일단, 사람이 없습니다. 마을 내 가옥들이 약 15여 채가 있는 듯 하지만 절반은 비어있는 듯합니다.
15분 정도 마을을 둘러보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더니 24분 내 버스가 도착한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안심하고 도로가로 뒤돌아 서는 순간 41번 버스가 다가옵니다. 급히 손을 들어 버스를 세워 탔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못 탔으면 40여분 뒤 버스를 타야 했었습니다.
버스를 탄 후 '코레일톡' 앱으로 18:22분 수원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예약하고 오랜만에 타 보는 버스에 몸을 맡겨봅니다.

# 에필로그
역시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여행과 계획을 안 세우고 떠나는 여행,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 여행지역에서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합니다. 여행지에서는 여행을 해야지 검색을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두 번째, 먼 곳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여행지를 놓치게 됩니다.
세 번째,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각종 할인행사 등을 사전에 확인했다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대중교통시간에 맞춰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한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지로 이동시 일일이 걸어 다녀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여섯 번째, 잘못된 정보로 한 여행지를 포기해야 할 때 다른 여행지로의 즉각적인 변경이 어렵습니다.
일곱 번째, 가장 중요한, 집사람이 힘들어합니다.
단점, 차이점등을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이번 여행은 혼자 간 여행이라 그럭저럭 대중교통으로 다니긴 했지만, 집사람과 같이 갔었다면 많은 잔소리를 들었어야 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 또다른 뚜버기 여행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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