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듯한 가문비나무 숲에서 태고의 신비를 느끼다
# 프롤로그
밤새 뒤척였습니다.
분명 침대는 좋은데, 건장한 아들과 한 침대에서 잠을 자려니 한 번의 뒤척임에 놀라 눈을 뜨게 됩니다.
장시간 운전에, 매서운 바람의 발왕산 관광에, 약간의 주류에 몸이 피곤할 만도 할 텐데 낯선 잠자리와 큰 동작의 뒤척임과 밤새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 작동소리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설픈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육체적 피로를 먹는것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여행지에서 최선의 선택, 조식뷔페
패키지 상품에 조식뷔페 2인권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1명의 추가 인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였지요. 호텔 내 조식뷔페(더 샬레)도 있었지만, 저희가 구매한 패키지는 리조트 뷔페(하반) 입니다.
예전에는 리조트 예약시 저녁, 아침 식사를 위해 식료품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직접 밥을 해 먹었는데, 최근에는 조식뷔페의 가격과 비교해 보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 가능하면 조식뷔페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식사를 직접 해 먹는 경우,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며, 식사 후 설거지 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따라서 요새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조식포함'인 숙소로 검색합니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조식이 포함된 저렴한 숙소가 나타납니다.
이번 경우에도 패키지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 검색의 번거로움이 없었으며, 뿌듯한 마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하는 새벽길을 나섭니다.
1층 로비를 지나가니 호텔 내 조식뷔페가 눈에 띄입니다. 전날 체크인 시 카운터에 물어봤을 때 리조트 뷔페권 + @ 비용을 부담하면 먹을 수 있다고 했었는데, 과감히 지나쳐 먼 거리에 있는 리조트 뷔페로 향합니다.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아니 제설눈이 제법 쌓였습니다. 맞습니다. 밤새 제설기계가 작동하고, 이 소음으로 잠을 설치게 된 것이었습니다 ㅠㅠ.
리조트 뷔페 '하반'에 도착하니 7:10 분, 손님들 중 제일 먼저 왔습니다 ㅎㅎ.
1명의 추가 비용(20,000원)을 지불하고 저희는 주린배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늦은 점심과 이른 맥주, 안주 파티로 인해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못하고 컵라면으로 때웠기에 아침에는 위장이 '고급'이 아닌 매우 '저렴한' 상태로 되어 있었습니다.
식사는 아쉬울 것 없이 잘 나왔습니다. 한식과 양식, 샐러드, 빵 종류가 나왔는데 모두 맛있습니다. 물론 과일 디저트도 3~4가지 나왔구요. 오늘 하루 잘 버티기 위해서는 매우 잘 먹어줘야 합니다.
어제의 숙취를 풀기 위해 오렌지 주스 한잔과, 음식으로는 한식, 양식을 가리지 않고 접시에 잔뜩 담아옵니다. 그리고 위장의 크기를 최대로 늘려 음식을 꾹꾹 담아주었습니다.
호텔 뷔페 안가길 잘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합니다.
4륜차량을 타고 올라가는 "가문비치유숲"과 "애니포레"
조식 후 저희가 갈 수 있는곳을 구매한 패키지 상품 목록에서 찾아봅니다. 워터파크도 갈 수 있었는데 못내 아쉬웠습니다. 안일한 생각에 수영복등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떠난 제 잘못입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상세히 여행 스케줄을 짜야겠습니다.
패키지에 "애니포레"가 있습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산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고, 가문비치유숲에서 여유로운 산책도 할 수 있고, '알파카'도 직접 만져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9시 30분에 바로 애니포레로 출발합니다. 호텔에서 차량으로 5분여 거리에 떨어져 있습니다.
애니포레에 도착하여 모노레일 표를 구매하러 매표소로 갑니다.
그런데 모노레일이 정기검사일이어서 운행을 안한다고 합니다 ㅠㅠ. 대신 4륜 차량으로 데려다준다고 합니다. 일단 OK 하고 비용을 지불 후 바로 차량에 탑승합니다. 정통 오프로드 차량인 'J**P'인데, 경사가 꽤 높은 비포장 산길을 잘 올라갑니다. 역시 'J**P' 이름값을 합니다.
10여분을 올라가니 '가문비치유숲' 입구가 나타납니다.
가문비나무가 빽빽히 높게 자라있습니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푸른색깔의 잎이 눈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어디를 가든 인생샷 찍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놨습니다.
저 멀리 산 위에 여러대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길은 자연스레 '알파카' 가 있는 장소로 안내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네를 타 봅니다. 그네를 타고 함껏 발 구르기를 하여 높이 올라가면 낭떠러지가 보입니다. 아찔합니다.
말도 아니고, 기린도 아니고, 라마도 아니고, 낙타 ?!
알파카와의 첫 만남입니다.
TV에서 많이 봤습니다. 잘못 만지면 침을 뱉는다고 ㅎㅎ. 그러나 알파카는 순한 동물이라 큰 위협이 없으면 침 뱉는 일은 거의 없다고 관리하시는 분께서 얘기하십니다. 알파카가 아니라 다른 동물로 착각한것 같습니다(라마?).
알파카를 관리하시는 분 옆에서 조심스레 한번 만져봅니다.
1,000원(?)을 자판기에 넣으면 알파카 먹이가 나옵니다. 잘 먹습니다.
알파카는 주로 에콰도르, 페루 남부, 볼리비아, 칠레 등 안데스 산맥을 포함한 고산지대에서 서식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곳이 알파카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하는데, 사료를 주기도 하지만 주로 건초를 많이 준다고 합니다.
참고로, 알파카는 낙타과는 맞지만 비쿠냐속에 해당되며, 라마도 낙타과이지만 라마속에 해당되어 라마와는 다른 종입니다(위키백과).
그런데, 건초의 경우 전량 외국에서 수입을 한다고 하여 그 이유를 물으니 국내에서는 알파카가 좋아하는 건초가 없거니와 있어도 농약등을 쳐서 먹이로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코로나 때는 건초를 수입하기가 어려워 애들 밥주기도 힘들었었다는 말도 덧붙이셨습니다.
사료를 먹고 야생(?)에서 자란 알파카의 털이 너무 부드러워 옷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어 혹, 옷을 만들 수 있는지 관리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알파카 털이 양모 보다 더 고급이기 때문에 옷으로 만들면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합니다.
단, 우리나라에서는 알파카 모를 실로 만드는 곳이 없어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음~ 여름에 털을 깎아 모은다고 해도 알파카 숫자가 많지 않아 털 양이 옷을 만들기에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알파카와 짧은 만남 이후 양들과의 새로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ㅎㅎ. 50여 미터 떨어진 곳 울타리 안에 양들이 있는데, 자판기에서 사료를 구매하니 4~5 마리가 얼른 뛰어옵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의 '조건반시' 효과입니다 ㅎㅎ.
양은 이가 없다(?)고 합니다. 아랫이만 있고 윗니는 없기 때문에 양에게 손으로 먹이를 줄 때 물려도 아프지 않습니다 ㅎㅎ. 그러나 끈적끈적한 혓바닥과 잇몸의 느낌은... 윽~.
최애 작품을 만나다!
새로운 동물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가문비숲길로 들어섰습니다. 경로를 유추해 보니 가문비숲 초입 -> 애니포레 -> 가문비숲을 한 바퀴 도는 듯합니다.
퇴역한 레일 바이크(?)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ㅎㅎ. 바이크는 아닌 듯한데, 예전에는 모노레일 대신 이 차량으로 운행했었던 것 같습니다.
나무계단은 가문비나무와 잘 어울려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최애 사진 작품이 나왔습니다. 가문비나무 숲 사이로 강렬히 들어오는 햇살이 역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사람만 빠졌으면 더 좋았을 ..... 쫘악! .... 아닙니다. 사람과 자연이 더 잘 어우러져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쓰담쓰담~
어느 순간부터 여행지를 다녀오면 그 여행지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가는 곳마다 안내 표지판을 꼭 촬영하게 됩니다. 근거(?)를 남기려고...
2시간여의 치유를 끝낸 후 다시 정통 오프로드 차량을 이용하여 매표소로 내려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3시간 30분 정도의 마지막 여정만 남았습니다.
# 에필로그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는/도) 아이들, 정년들, 어른들, 노인분들, 장애인 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많이 만들어 놓은것 같습니다. 특히 어디를 가더라도 몸이 불편하신 노인분들, 장애인분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수단(케이블카, 모노레일, 휠체어 등)들을 많이 갖춰 놓았습니다.
노인 어르신분, 장애인 분들도 밖으로 나가 관광을 다니고 싶어 하십니다, 즐기고 싶어 하십니다, 멋진 자연경관도 보고 싶어하십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 맛난 식사도 하고 싶어 하시고, 근사한 카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도 즐기고 싶어 하십니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 여러 여행지들에 이러한 편의 시설을 잘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렴하게 이러한 여행지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광 상품을 만들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곳들을 더 많이 만드려 노력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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