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여행

드러내기 싫어하는 조용한 성지, 경기도 광주 "천진암 성지"

Tralala 2024. 2. 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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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 발상지, 천진암 성지

 
# 프롤로그 
 
역시 겨울이라 바람은 싸늘하고 하늘은 찌뿌둥합니다. 비나 눈이 올 것 같은 스산하고 차가운 날씨입니다. 이런 날은 찜질방에 가서 하루종일 얼굴이 새빨갛게 익을 때까지 뜨거운 불 앞에서 멍 때리고 있어야 하는데, 집사람이 운동을 너무 안 한다고 핀잔을 줍니다. 
 
또 다른 잔소리가 나올 것 같아 바로 씻고 나갈 준비를 합니다. 
 
'어디로 가지?' 물으니 가까운 곳에 가서 아점을 먹자고 합니다. 최근 동네 아는 분들과 함께 갔었던 곳인데 너무 맛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000불쭈꾸미'
 
네비로 검색을 해 봅니다.  약 1시간 10여분 소요됩니다. 2024년 2월 초 토요일 오전 10시에 경기도 광주로 출발을 합니다.
 
 
맛난 불쭈꾸미, 그리고 다음 여정지는?  
 
쭈꾸미 맛이 일품입니다. 
 
'불쭈덮밥'을 주문했는데 쭈꾸미 자체가 신선한 데다, 양도 많습니다. 매운맛 조절을 할 수 있었는데, 보통 맛보다 조금 더 매운맛으로 주문했으면 제 입맛에는 더 나을 듯 싶었습니다. 
 
배불리 먹고 나니 아무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어디를 가야 하지?'
 
문득 2020년도에 입구까지 가 보았다가 코로나로 인해 들어가지 못했었던 '천진암 성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네비로 검색을 해 봅니다. 약 40여분 정도 소요 됩니다. 주저 없이 '천진암 성지'로 출발을 했습니다.
 
또 다른 기억으로는, 천진암 성지로 가는 길에 계곡을 끼고 카페를 운영하는 미술관(?)이 있었습니다. 여름이면 많은 가족들이 이곳에서 아이들은 계곡물에서 놀고, 부모들은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거나 계곡에서 캠핑용 체어를 두고 애들과 함께 계곡물에서 즐기곤 하던 곳입니다. 
 
'천진암 성지'를 오늘도 못 들어간다면 이곳 카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며 겨울 계곡이나 구경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똑똑한?, 똑똑하지 못한? 네비 
 
경기도 광주 퇴촌면 공설운동장 가기 전 '광동 삼거리'에서 네비는 왼쪽 길로 가라고 합니다. 제 경험상 계속 직진을 하면 되는데, 일단 네비가 알려준 대로 왼쪽길로 들어섭니다. 200여 m를 지나 '남종사거리'에서 네비가 다시 오른쪽 길로 안내를 합니다. 이상합니다. 계속 직진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일단 네비가 알려준 대로 오른쪽 길로 빠집니다. 50여 m를 지나자 아까 직진을 했으면 만나게 되는 로터리가 나옵니다. 
 
로터리에서 다시 좌회전을 하라고 합니다 ㅠㅠ. 네비가 알려준 대로만 가면 안 되겠다 싶어 로터리에서 U턴을 받아 다시 남종사거리에서 제가 알고 있었던 길로 우회전을 했습니다. 
 
차가 많습니다. '도수초교 사거리'까지 가니 아까 네비가 알려주었던 길과 다시 만납니다 ㅠㅠ.
 
결론적으로는 그냥 직진만 해도 되었을 1Km 남짓 짧은 거리를 좌회전, 우회전, 좌회전하여 가장 짧은 시간 내 갈 수 있는 길로 안내를 해준 겁니다. 그래봐야 1분여 차이밖에는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성지, "천진암 성지"
 
도수초교 사거리를 지나 200~300 m 왼쪽 편에 달걀을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이곳을 지나가다가 손으로 만든 작은 간판에 "계란 한 판 2,000원"이라고 쓰여 있어서 들어갔었습니다. 물론 한정판이어서 초란을 2판인가만 구매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초란, 유정란, 왕란 등 여러 가지 계란 종류가 있었고 가격도 최대 8,000원까지 다양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갔었던 2020년도에는 계란값이 너무 올라 더 이상 이곳을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도에도 여전히 계란을 팔고 있었고, 밖에는 계란을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ㅎㅎ..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계란집을 지나 한참을 올라갑니다. 
 
전원주택마을을 지나고 계곡을 낀 미술관이 나타나는데, 어, 카페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언뜻 현수막에 '회원제 운영'이라는 문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흠~ 올여름에는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네' 
 
다시 구불구불 좁은 왕복 2차선 아스팔트도로를 올라갑니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한적한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도중 양 옆으로 전원주택과 카페들이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약 10여분 계곡을 따라 올라가던 중 "천진암 성지" 안내석이 나타납니다.  

주차장 및 출입구

 
구불구불 좁은 아스팔트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매우 조심하여 올라왔는데 갑자기 넓은 주차장을 마주하게 되니 놀랍습니다. 두메산골을 올라가다 넓은 축구장을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주차비, 입장료 받지 않습니다. 단, 주차비는 자발적으로 희망자에 한해 기부형태로 주차비 함에 넣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지로 향하는 길
성지순례시간
안내판
출입구 옆 '광암성당'

 
1Km를 올라가면 '성모성당'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에 보이는 도로가 한숨을 쉬게 만듭니다. 도로가 꽤 길어 보이기도 하거니와 오르막길이 꽤 경사가 있어 보입니다. 

 

예수님 십자가상

 
한참을 올라가니 예수님 십자가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예수님 십자가 상 앞에서 내려다본 주차장과 출입구

 
하~ 많이 올라왔습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올라오기가 힘들 듯합니다. 셔틀버스가 필요한 곳입니다. 
 

정상 정면

 
와~, 예수님 십자가 상을 지나 올라오면 매우 넓은 공간이 나타납니다. 이런 산 위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넓은 잔디밭에서 미사등 다양한 야외행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대규모의 인원이 온다고 하는데, 아까 지나온 좁은 도로를 대규모의 인원이 어떻게 올 수 있을지 쓸데없는 걱정이 됩니다.  
 

정상 좌측면
성모상

 
좌측면에 멀리에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거대한 성모상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성모성당'

 
성모상 뒤에 '성모성당'이 있습니다. 들어가보려 했으나 미사가 있는 경우에만 개방을 하는것 같습니다. 

 
'성모성당' 오른쪽 편으로 자그마한 집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고해성사' 장소입니다. 들어가면 다른 세상(다른 은하계, 다른 별 등등... SF 영화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ㅠㅠ)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입니다.  

고해성사 장소
성모상 뒷편에서 바라본 전경
예수님 십자상 뒷편에서 바라본 기념석

 
천진암 성지에 대해 궁금하여 역시 인터넷에서 검색해 봅니다. 
 
[ 천진암(天眞菴)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로 1203에 있는 천주교 성지다. 조선시대 이곳에 있던 암자에 피신해 온 초기 천주교인들을 스님들이 피신시켜주고 보호해 주었다. 이로 말미암아 많은 스님이 희생되었다. 바로 이런 역사가 있는 천진암에서 한국 천주교 역사가 시작되었다. 2007년 기준으로는 암자터만 남아 있고 이 일대는 천주교에서 성당을 세우는 등 성역으로 개발중이다. 이곳에는 천주교를 창립하는 데 공헌한 다섯 사람의 무덤이 있다.
 
역사 
 
천진암(天眞菴)은, 고조선(古朝鮮) 시대 제정일치의 관습으로, 본래 단군영정 천진을 모시고 산제사, 당산제, 산신제 등을 올리던 천진각 혹은 천진당이라는 작은 초가 당집이 오랜 세월 있었던 자리로 추정하며, 특히 일부 선사시대 석조 흔적으로 추정하는 현상을 볼 때, 삼국시대(三國時代) 그 이전부터 소박한 토속신앙의 현장으로 여기며, 훗날 천진암이 되어, 1779년을 전후하여 폐찰이 되었었으니, 정약용 선생 글에,

"천진암은 다 허물어져 옛 모습이 하나도 없다,,,요사체는 반이나 무너져 빈 터가 되었네

(寺破無舊觀,樓前僚舍半虛舊)"

하였고, 1797년 당시 홍경모의 남한지에서는,

"천진암은 오래된 헌 절인데, 종이를 만드는 곳으로 쓰이다가 이제는 사옹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天眞菴爲古寺造紙物今屬司饔院)"

고 함으로써, 사찰로서의 기능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성 다블뤼 주교는 1850년 경 기록한 글에서,

이벽 성조께서 젊은 선비들과 함께 수도(修道)와 강학(講學)을 하던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거처(폐가옥)이었다(l'edifice isole et perdu)

고 하였다.
 
후략 ...   위키백과]
 
우리나라의 역사는 뼈아픈 일들로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넓은 잔디광장을 뒤로한 채 다시 출구로 내려옵니다. 

광암성당 입구

 
입구에 있었던 조그마한 '광암성당'도 들어가 봅니다. 

광암성당 내부

 
성당 내부가 아담하고 단출해 보이지만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 에필로그 
 
"천진암 성지"로 올라가는 도로는 매우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도로의 양쪽은 산으로 둘러싸여져 있어 목적지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지 못할 경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막상 천진암 성지에 도착하면 상당히 넓은 성지가 큰 팔을 펼치고 잘 왔다고 반겨주는 모습입니다. 마치 어릴 적 어머니의 큰 품에 안기는 느낌입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내어주는 성지가 아니라, 성지를 일부러 찾는 사람들에게만 큰 반가움을 표현해 주는 '드러내기 싫어하는 조용한 성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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