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총 길이 10리의 옛길
# 프롤로그
"♬ 주말이 되면 ♪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
이제는 옛날 그룹이 되어버린 '공일오비'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노래가사 2절 서두 부분입니다.
'공일오비'가 활약했었던 90년대 시절, '공일오비'의 노래들은 파격을 넘어선 장르로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고, '아주 오래된 연인들'외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최애곡, '이젠 안녕'에서 '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 라는 가사는 제가 생각하는 '길이라는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있기에 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됩니다.
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주말만 되면 어머니와 함께 어디론가 나가는 일이 거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주말에는 전화를 드리고 어디로 갈지 얘기를 하는데, 너무 멀리 가기에는 힘들고 가까운 곳을 가자니 웬만하면 모두 다녔던 곳이라 매번 고민하게 됩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시길래 큰 고민 없이 바로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3월 중하순경, 충북 괴산 '산막이 마을'로 떠납니다.
가까울 것 같으면서도 먼 곳
수원역에서 출발하게 되면 '산막이 옛길'까지 약 1시간 51분이 소요됩니다. 통행료 4,400원이 부과되고요.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이는데, 차로 이동을 하면 거의 2시간이 소요된다니, 차라리 강원도로 가는 게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오전 9시경 출발하여 2시간여의 운전 끝에 도착한 '산막이 옛길' 주차장. 주차비는 별도로 받지 않지만 주차장소가 넓은데도 차량이 꽉 차 있습니다.
겨우 맨 위 비포장 주차장에 주차 후 '산막이 옛길'로 올라가는 도로로 나오니 커다란 조형물이 나타납니다. 아참, 이곳은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이쁘게 잘 만들어 놨습니다.
'산막이 옛길' 지도를 보니 호숫가를 따라서 10리(약 4Km)를 걸어가야 '산막이 마을'이 나타납니다. 호숫가 데크길을 따라가는 것이라 힘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입구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약 150여 미터 올라가면서 표고버섯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예 점포형태로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오래전부터 버섯재배로 유명한 곳인가 싶습니다. 올라가는 도중 다양한 버섯을 시식해 보는데 맛도 있었지만, 시식용 버섯을 여러 점포에서 조금씩 먹다 보니 먹은 양이 꽤 되어 언덕을 다 올라갔을 때는 이곳으로 오는 도중 이른 점심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염치없게도 또 꼬르륵거림을 잊게 해주는 듯했습니다.
길고 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산막이 옛길
나무와 나무가 자연적으로 한 나무처럼 합쳐지는 '연리지'도 보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덕길로 올라가는 계단도 마주하게 됩니다. 다행히 그리 덥지도 않은 날씨여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이내 식어 버립니다.
산막이 옛길은 군데군데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괴산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에는 유람선이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유유히 호수 위를 지나가는 유람선이 부러워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나무 출렁다리를 마주합니다. 무료로 제공하는 액티비티 출렁다리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름 재미있습니다.
한참을 왔는데도 아직 산막이 마을까지 2.3Km를 더 가야 합니다.
ㅎㅎㅎ. '호랑이 굴'입니다.
호랑이가 있습니다. 인형 같은 귀여운 호랑이. ㅎㅎㅎ
이제 나무데크가 시작되고는 있으나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심합니다. 어머니 무릎이 걱정됩니다.
'여우비 바위굴'입니다.
여우가 살 수 있는 동굴인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여우비'는 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얘기한다고 합니다.
헉헉,,, 이제 절반을 온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호수가 정말 멋있습니다. 그리고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주변이 조용합니다. 그 흔한 전투기 소리도 안 들립니다(수원역에서는 세류비행장에서 이륙하는 전투기 소리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가 안 될 정도로 매우 크며, 주말을 제외하고는 평일에 일일 약 10회 ~ 20회 이상의 이륙을 합니다).
'스핑크스 바위'라고는 하는데, 제가 바라보는 방향에서는 전혀 스핑크스 모양이 보이질 않습니다.
만병통치약, '앉은뱅이 약수'입니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질병을 퇴치해 보고자 한 바가지 약수를 마셔봅니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저 멀리 괴산댐이 보입니다.
'얼음바람골'이라고 하는데, 이제 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시원함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나무데크가 끊김 없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쉼터를 마주합니다. 쉼터에는 이쁘장한 의자 조형물도 있습니다.
아직 산막이 마을까지 1.2Km나 남았습니다. 생각보다는 먼 것 같습니다.
'괴산바위'를 마주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듯합니다.
호수 위로 툭 튀어나와 있는 '꾀꼬리전망대'에서도 사진을 찍어봅니다.
아직 950Km가 남았습니다. 이제는 운동화 안이 땀으로 흥건해져 있습니다.
'진달래동산'이긴 하나 아직 봄이 본격적으로 온 것이 아니므로 진달래가 보이질 않습니다.
드디어 나무데크가 끝나고 흙바닥이 시작됩니다. 즉, 마을로 다 왔다는 얘기입니다.
정감있는 '산막이 마을'
먼 거리를 걸어온 사람들을 위해 환영인사를 해줍니다, 안내판이...
멋들어진 사슴 조형물이 보입니다.
일단, '산막이 옛길'로 걸어서 되돌아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유람선을 알아봅니다. 편도운항 1인에 5,000원이면 충분히 투자할 만합니다. 40분에 1대씩 다니는 듯하며, 일단 '산막이 마을'을 구경한 후에 티켓을 구매하기로 합니다.
사슴 조형물을 가까이서 촬영해 봅니다. "해리포터"에서 나왔던 수사슴, "패트로누스"를 닮은 듯합니다.
개구리 조형물도 있으나, 만화 '개구리소년'의 '왕눈이'와 '아롬이'를 연상시키지는 않습니다. ㅎㅎㅎ
사슴과 학등의 조형물도 보입니다.
향긋한 매화꽃 냄새가 코끝을 스쳐갑니다. 봄이 왔나 봅니다.
'산막이 마을' 안으로 들어오니 음식점과 카페가 대부분이고, 주택은 보이질 않습니다. 지친 다리도 쉴 겸 전통찻집에 들어가 대추차와 쌍화차를 한잔씩 시켜서 마시는데, 쌍화차가 밍밍합니다. ㅎㅎ. 그래도 탁자 위에 놓인 이제 막 꽃을 피운 화초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쌍화차를 더 진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후 다시 받아 마시는데 아까보다는 괜찮아졌습니다. 사장님도 이내 미안하셨는지 산수유꽃차를 2잔 주십니다. 향긋한 산수유꽃 냄새가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산막이 마을'은 이젠 숙박시설과 음식점, 카페만 남은 듯합니다.
'연하협 구름다리'도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1.5Km를 더 걸어가야 하므로 바로 포기를 하고 그보다 가까운 200m 거리에 있는 '노수신적소(수월정)'으로 가봅니다.
조선 중기 학자 '노수신'이 음사사화로 인해 유배된 장소라고 합니다.
단촐한 한옥집인데, 잘 꾸며 놓으면 괜찮을 듯싶습니다.
정적을 깨는 호수위 유람선
다시 유람선 선착장으로 돌아와서 승선권을 발권합니다. 경로우대 1,000을 경감받고 2명이 총 9,000원으로 승선권을 구매했습니다.
'차돌바위(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배가 들어옵니다. 1,2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갑갑한 1층보다는 개방되어 있는 2층으로 모든 사람들이 올라갑니다.
아직 쌀쌀한 바람이긴 하지만 호수 위에서 마주하는 봄바람은 마음을 설레게 만듭니다.
고요한 호수표면을 유람선의 엔진이 거품을 일으키며 일깨우고 있습니다.
'호수 표면을 깨우지 않고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5분 정도 운행 후 마침내 '차돌바위' 선착장에 다다랐고, 오른쪽으로는 괴산댐이 보입니다.
선착장에서 나와 언덕을 다시 올라가니 '3년 무병장수' 간판이 나타납니다. 아까 산막이옛길로 걸어갈 때도 이 길로 걸어갔었으니, 앞으로 6년간은 무병장수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ㅎㅎㅎ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버섯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합니다. 얼른 한 곳으로 가서 버섯을 2만 원어치 구매하는데, 커다란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담깁니다.
주차장에서 차에 앉아 집으로 가는 길을 네비로 검색해 보니 약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또 다른 귀경 전쟁이 시작됩니다.
# 에필로그
'산막이 옛길'을 다녀온 지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글을 쓰기는 하지만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글에서는 그냥 담담히 '산막이 옛길'과 '산막이 마을'에 대해 기술하기는 하였지만, 사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제한되어(아는 단어가 많치를 않아) 있다 보니 제대로 된 모습을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좋은 풍경들이 많습니다. 마치 외국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대한민국 관광지에 대해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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