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 전주는 처음이지? - 2 "한벽당-한벽굴", "전주수목원"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자연환경 복구의 노력
# 프롤로그
전주는 참 특이한 곳입니다. '한옥마을'이 만들어진 과정도 그렇고, 전주의 3대 진미인 전주한정식, 전주콩나물국밥, 그리고 전주비빔밥도 그렇고, 제가 보기엔 특별한 게 없어 보이면서도 대단히 독특한 곳입니다. 매력이 없는 듯하다가도 자세히 살펴보면 불쑥 매력 덩어리가 튀어나오는 곳, 전주에서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사진에 낚이다 !! 4D가 필요하다!!
지인의 결혼식 참석 후 며칠 전 몇 시간에 걸쳐 axxxx.com에서 검색하여 예약한 숙소로 향합니다.
결혼식장에서 숙소까지는 약 30여분이 소요되는 전주 외곽에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위치를 확인해 보니 호텔 뒤편이 논(?)이었던 것으로 보여 추수가 끝난 11월에는 매우 한적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숙소 내부는 월풀욕조에 상당히 세련되어 보이는 가구, 침구류들이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는 리뷰 점수가 높았습니다 ㅎㅎ.
'xx 무인텔'
숙소에 도착하기 1 Km 전 부터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비료 냄새인 건지, 두엄 냄새인 건지, 아무튼 구수한 화장실 냄새가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 차 안으로 들어옵니다. 얼른 창문을 닫고 근처에 축사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투덜대면서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무인텔' 이기에 전화 한 통화면 호실을 알려주며 원격으로 문을 열어줍니다. 각 호실은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은 주차장, 2층은 숙소 입니다. 다른 숙박객들과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 ㅎㅎ.
주차 후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집니다.
찌든 담배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침대 위에는 블랙 거울인건지 대형 거울이 붙어 있습니다. 소파 및 테이블은 사용감이 오래되어 갈라지고 파여 있습니다. 이내 집사람이 기겁을 합니다.
바로 관리실에 연락하여 방을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아~, 담배냄새가 나시던가요? 손님들이 숙소안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걸 저희가 확인해 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습니다. 정 힘드시면 다른 방으로 바꿔드릴게요".
다른 방으로 옮겼습니다. 집사람은 다른 숙소를 알아보자고 했지만 이미 저녁 8시에 가까워졌고, 전주시내에서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 다른 숙소를 잡는게 힘들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다른 방은 그래도 조금 낫긴 했지만, 살짝 담배냄새가 났으며, 침구, 가구등은 이전 호실과 동일했습니다.
그런데 차에서 맡아보았던 구수한 화장실 냄새가 솔솔 들어옵니다. 사실 차를 1층에 주차하고 내리니 주변이 온통 화장실 냄새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다음날 냄새의 근원지를 확인해 보니 추수가 끝난 후 논에 영양분을 주기 위해 뿌린 비료의 냄새 같기도 하고, 근처에 말 키우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부터 나는 냄새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 탄식만 나옵니다. 어제의 숙소가 상급이라면, 이 숙소는 하급을 넘어 바닥수준입니다. 역시 숙소는 제가 예약하면 안 됩니다. 칭찬받으려 용돈으로 숙소를 예약한 것이 큰 화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넷으로 숙소 예약시 화려한 사진빨에 속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혹, 냄새도 확인해 볼 수 있는 4D 기술이 없을까?'
집사람은 이를 닦고 간단한 세수 후 침대 한켠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청했습니다. 저는 화김에 새벽 1시까지 TV를 보다 겨우 잠이 들었구요 ㅠㅠ.
콩나물 박물관, 콩나물 아이스크림
간밤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뒤척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밥 먹으러 가는 게 좋겠다 싶어 일찌감치 숙소를 나왔습니다.
식사장소를 검색하다보니 한정식, 콩나물국밥 2가지가 눈에 띄어 일단 한정식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혀있습니다. 10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8시는 너무 이른 시각입니다.
또다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현대옥'이라는 콩나물국밥집이 아침 일찍부터 영업을 한다고 하여 바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로부터 총 30~40여분이 지나 '현대옥' 본점에 도착하여 보니 넓은 실내에 사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잠깐의 대기 후 테이블 안내를 받고 콩나물국밥 2개(1인 8,000원)와 오징어 사리(3,000원) 하나를 시켰습니다.
콩나물 국밥 국물이 매우 시원합니다. 간밤에 설친 잠으로 인한 피로를 싹 내려앉게 만듭니다. 특히 오징어를 뜨거운 뚝배기에 넣었더니 오징어의 맛이 우러나와 더욱 시원한 맛을 냅니다. 반찬으로 나온 젓갈 및 김치도 맛깔스러워 추가로 가져다 먹었습니다.
옙, 이곳에서 반찬과 밥은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고, 김은 반으로 잘라 비닐에 넣어 눅눅해지지 않도록 제공을 하고 있었습니다. 추가 반찬과 밥 모두 무료입니다.
저는 밥을 2 공기 더 먹고 식사를 끝냈습니다. 요새는 왜 이리 밥맛이 좋은지...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 순간, 음식점 2층에 '콩나물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멀리까지 관광을 왔으니 여기도 봐야 합니다.
콩나물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놓은 전시관이지만, 나름 이쁘게 꾸며 놓았고 '콩나물의 유래 및 미래'도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짧은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아까 눈여겨보았던 콩나물 아이스크림(2,500원)이 보입니다. 하나를 구매 후 차 안에서 맛을 봅니다.
ㅎㅎㅎ, 웃음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었더니 정말 콩나물 맛이 납니다. 약간의 씹히는 느낌이 있는게 콩나물을 갈아 넣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집사람은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더니 콩나물 비린내가 난다며 더 이상 먹는 걸 꺼려합니다.
아이스크림은 호불호가 있습니다. 밥 먹기 전에 먹어야겠습니다.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한벽당-한벽굴"
푸짐한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니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칩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지만 아침 일찍 나와 못 봤던 전주의 여러 곳을 돌아다닐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그러나 아침 먹을 식당을 못 찾아 조금 돌아다닌 관계로 2곳만 가기로 했습니다.
'한벽굴', '전주 수목원'
한벽굴로 향합니다. 차량으로 현대옥에서 약 15분이 소요됩니다.
한벽굴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이 나타납니다. '전주자연생태관' 주차장인데 주차비를 받지 않아 이곳에 주차를 하고 20여 미터를 걸어갑니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습니다. 여학생 3명과 외국인(대만사람?) 3명이 저희와 목적을 같이 합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촬영을 합니다. 어떻게든 인생샷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피하고, 구도를 바꿉니다 ㅎㅎ.
촬영을 마치고 나서 '한벽굴'의 안내표지판을 보니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벽굴'이 인생샷을 촬영하기에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지만, 이 굴에는 가슴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습니다.
[과거 이 터널은 전라선 본선의 일부로, 일제강점기인 1929년~1931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전주~남원간 철도를 건설하면서 시공, 1931년 10월 전라선 전주~남원 구간과 함께 개통되었다. 당시 일제는 조선인들이 신봉하던 풍수지리 사상을 교묘히 이용, 이 곳에 있던 한벽당의 풍광과 정기를 끊기 위해 바로 밑에 터널을 뚫고 전라선 철도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가 패망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이 굴은 전라선 전주시 도심 구간의 일부로서 철도 터널로 계속 사용되었으며, 1981년 5월 전라선 동산~신리 구간이 전주시 동부 외곽으로 이설되어 북전주에서 신리에 이르는 구 선로 구간이 폐선됨에 따라 전라선 본선에서 제외되었다. 현재는 한벽당과 전주자연생태박물관, 인근 승암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바람쐬는길)의 일부로 활용되고 있다. - 위키백과]
그럼, 잠시 '한벽당(寒碧堂)'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1971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흔히 한벽루라고도 하는데, 예로부터 한벽청연(寒碧晴讌)이라 하여 전주8경의 하나로 손꼽혔다.
조선 태종 때월당(月塘)최담(崔霮)이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하여 세웠다고 전하며, 처음의 이름도 ‘월당루(月塘樓)’였다고도 한다. 그 뒤 사람들이 깎아 세운 듯한 암벽과 누정 밑을 흐르는 물을 묘사한 ‘벽옥한류(碧玉寒流)’라는 글귀에서 한벽당이라 이름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도 1683년(숙종 9)과 1733년(영조 9) 등 여러 차례 중수되었으며, 지금의 건물은 1828년(순조 28)에 크게 중수한 것이다. 불규칙한 암반에 맞추어 높낮이가 다른 돌기둥으로 전면 기둥을 세우고, 뒤쪽은 마루 밑까지 축대를 쌓아 누각을 조성하였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집이다. 배면을 제외하고 삼면이 개방되어 있으며 마루 주위에는 머름과 계자난간(鷄子欄干)만이 둘려져 있어 자연과 일체를 이루려는 누정건축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공포는 2익공식의 구조이다. 쇠서[牛舌]에는 당초문을 초각(草刻)하였으며 연꽃모양의 주두가 특이하다. 한벽당 바로 동편에는 1986년에 복원된 요월대(邀月臺)가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일제 강점기(1910∼1945) 35년간 일본은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기 위해 명산에 쇠말뚝을 박아놓는다든지, 한벽당과 같이 한벽굴을 뚫는다든지 온갖 만행을 다 저질러 놓았습니다. 후대들이 사진 촬영하기에는 좋겠지만 정기를 잃은 한벽당에게는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생각 없이 즐거워한 행동에 후회가 됩니다. 그리고 더 후회가 된 건 바로 위에 있던 '한벽당'을 못 보고 왔다는 것입니다 ㅠㅠ.
두 번째 장소인 '전주 수목원'으로 이동합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왜 이름이~~?
'한벽굴'에서 약 25분 정도 전주 IC 쪽으로 이동하니 전주 수목원이 나타납니다. 아마도 전주에 왔다가 되돌아 가시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큰 선물을 주기 위한 전주의 배려인 것 같습니다.
전주 IC 방향 '기린대로'에서 U턴을 하고 50여 미터를 올라와 우측 왕복 2차선 좁은 길로 약 400여 미터를 더 들어가니 넓은 수목원 주차장이 나타납니다. 역시 주차비 무료입니다 ㅎㅎ. 주차를 하고 바로 길 건너편으로 건너가니 수목원 입구가 나타납니다. 수목원 입장료도 없습니다 ㅎㅎㅎ. (참고로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서울식물원' 입장료는 5,000원 이며, 주차비는 10분당 200원 입니다. 크흠~).
수목원 입구를 지나 오른쪽 편으로 들어가니 '장미원'이 나타나며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와지붕 벽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장미를 비롯한 여러 식물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겨울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장미원'에는 다양한 색상의 장미들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대나무 정원입니다. 여기에서는 '죽림원'이라고 하는데, 양손으로도 감싸 쥐지 못하는 굵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있습니다.
흠~~ 저는 몰랐습니다, 제 패션이 이렇게 엉망이었다니 ㅠㅠ. 반성해 봅니다.
산에서 자라는 맥문동이 대나무길을 따라 가장자리에 수북이 자라고 있습니다. 맥문동은 기침을 멈추게 하고 마른기침과 가래를 해소하는 효능이 있답니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감기나 천식 치료를 할 때 자주 쓰이는 약재라고 합니다.
그러나 성질이 차가운 편이기 때문에 몸이 차고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복통과 설사를 유발한다고 하니, "약은 약사에게" 꼭 물어본 뒤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꽤 넓습니다. 시간만 조금 더 허락해 줬더라면 아마도 수목원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녔을 겁니다.
그런데, 전주 수목원을 네비에서 검색하여 올 때도 그랬었지만, 곳곳에 공식 명칭이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왜 '한국도로공사'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지 이유를 바로 알아봤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훼손된 자연환경 복구를 위해 수목을 생산, 공급하고 다양한 식물종을 모아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식물의 보존, 증식, 보급, 자생식물의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고속도로 이용 고객과 지역주민들에게 수목원 문화 체험의 장으로 널리 이용되고자 합니다. -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위 내용을 확인한 후로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수목원의 정기를 받고 수원 집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 에필로그
모든 여행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교통, 식사, 숙박, 간식거리등. 그중 숙박은 1박 이상을 하게 되면 더 큰 부담이 되므로 가능한 한 가성비 숙소를 찾게 되며, 다음으로는 최소의 동선(기름값을 아끼기 위함), 가성비 식당 순으로 찾습니다. 아, 그리고 무료 주차장과 무료 관람은 가장 큰 혜택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까운게 주차비입니다.
따라서 여행 가는 것이 확정되면 장소, 소요시간, 비용 등 계획을 짜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며, 저는 이 시간이 제일 즐겁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여행 스케줄을 설계하고, 스케줄을 함께 여행 가는 사람들과 공유하며, 사진을 촬영하면 날짜에 맞춰 정해진 양식에 사진을 자동 배치하고 텍스트를 입력할 수도 있도록 편집기능을 제공하는 앱을 개발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몇몇 앱들을 사용해 보긴 했지만 항상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부분들이 나타납니다. 빨리 돈을 벌어야겠습니다.
가끔은, 특히 잘 모르는 곳을 가는 경우, 지도에 동선을 표시해 두면 매우 편리합니다. 오늘의 이동동선을 맵에서 확인합니다.